"4년간 외출도 안 해"…日 '중년 외톨이' 60만 명

  • 5년 전
◀ 앵커 ▶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우리나라 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곳은 아무래도 일본이죠.

무려 120만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특히 이 중에 절반은 40대 이상의 중년이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된 건지.

그리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없는지.

도쿄 고현승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5월, 등굣길 학생들에게 5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른 사건.

범인은 30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였습니다.

또 6월엔 농수산성 차관을 지낸 70대 노인이 은둔형 외톨이인 40대 아들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90년대초 청소년 문제로 알려지기 시작한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이제 중년층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90년대말 '취업 빙하기'를 겪었던 40-50대에서 가장 심각합니다.

48살 이노모토 씨는 상사의 괴롭힘으로 회사를 그만둔 뒤 파견직을 전전하다 집안에 틀어박혔습니다.

[이노모토/은둔형 외톨이(48살)]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줄곧 잠든 채로 TV를 멍하니 보고, 무기력한 상태가 계속되고…"

4년동안 거의 누워지낸 탓에 걷기 힘들 정도로 몸도 약해졌습니다.

"조금 걷기만 해도 헉헉거리고 무릎도 거의 걷지를 않았기 때문에 (힘들어요.)"

43살 이마사키 씨는 중학교 때 '집단 괴롭힘'을 당한 뒤, 집 밖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마사키/은둔형 외톨이(43살)]
"의자를 확 뺀다든지, 실내화를 숨기기도 하고요. 아직 기억하고 있어요."

복지센터 도움으로 한걸음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지금도 모르는 사람은 두렵습니다.

"눈이 무서워요. 뭔가 눈으로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거의 외출을 하지않는 '은둔형 외톨이'는 인구의 1%인 120만명, 이 가운데 중년인 40-64살은 절반이 넘는 61만명으로 추산됩니다.

퇴직, 질병, 인간관계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년에 외톨이가 된 이유는 일자리 문제가 가장 많았습니다.

[스가 케이지/은둔형 외톨이 아버지]
"집안에 있으면서 일을 거의 안하면 사회 변화를 모르기 때문에, 정작 일을 하려고 해도 일자리를 못구합니다."

결국 기댈 곳은 부모 뿐이어서, 이제는 80대 노부모와 무직인 50대 자녀가 동거하는 이른바 '8050 문제'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는 3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일본은 '은둔형 외톨이'에는 의료 고용 복지 등 복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전국에 75개 전담센터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로 보입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편집: 이장식, 김진호(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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