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아이들이 위험하다"…코로나19로 빼앗긴 아동권리

  • 4년 전
◀ 앵커 ▶

인천의 라면 형제 화재 사건이 증명해줬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다는 건 어떤 아이들한테는 위험한 일상에 강제로 노출시키는 겁니다.

끼니를 거르고 그러다 직접 음식을 해 먹고 같이 놀아주거나 대화할 상대가 없다 보니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지금도 병들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초등학교 4학년 하늘이는 7살과 5살 여동생, 그리고 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바다(가명)]
"장난감 한 개만."
[노을(가명)]
"안 돼 내 거야! 내 거라고!"

동생들이 귀찮게 해도 꿋꿋하게 온라인 수업을 들을 정도로 의젓합니다.

손주 3명을 홀로 키우고 있는 할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코로나19 이후 학교와 시설이 문을 닫는 날이 많아지면서 아이들만 집에 두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 날도 생기곤 합니다.

[하늘(가명)]
"얘들아, 이것 좀 치워봐."

하늘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가끔 점심을 스스로 챙겨 먹습니다.

[바다(가명)]
"오빠 라면 끓어줘."
[하늘(가명)]
"싫어."
[바다(가명)]
"빨리 라면 주라고."
[노을(가명)]
"나도 라면 끓여줘."
[바다(가명)]
"나도 라면 끓여줘."

"컵라면 먹으러 간다."

동생들의 성화에 점심 메뉴는 컵라면으로 정하고 근처 편의점을 찾았는데요.

[노을(가명)]
"오빠 나 이거 살래."
[하늘(가명)]
"얼만데 잠깐만."

가격부터 먼저 확인하는 오빠.

[하늘(가명)]
"잠깐만, 야 3000원이나 하는데? 3000원에다 내 거를 하나 고르면… 3850원."

[바다(가명)]
"오빠 나 이거 사줘!"
[하늘(가명)]
"안돼 장난감 안 돼."
[바다(가명)]
"이거는?"
[하늘(가명)]
"안 돼 안 돼, 1500원이나 하잖아. 비싸잖아."

일주일 용돈이 1만 원인 하늘이는 동생들이 사달라는 대로 다 사줄 수가 없습니다.

과자는 못 사줘도 동생들 끼니는 꼭 챙기는 하늘이.

"가스레인지는 절대 만지지 말라"는 할머니의 신신당부에 전기주전자를 이용해 컵라면을 끓입니다.

[하늘(가명)]
"아직 안 됐어. 만지지 마."
[바다(가명)]
"아 뜨거워."

아이들이 아무리 조심을 해도 위험은 도처에 있습니다.

[하늘(가명)]
"빨리 먹어 불어."

세심하게 동생을 챙기는 하늘이.

먹고 나선 뒷정리까지 말끔하게 합니다.

조손 가정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하늘이네는 정부 지원 돌봄 서비스를 한 시간에 4500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지만 시급 9천 원을 받는 할머니 입장에서는 그 비용마저 부담이 됩니다.


[바다(가명)]
"그냥 가만히 누워서 쉬죠. TV 보고 놀아요. 밤에도 봐요."
[하늘(가명)]
"TV에 중독됐어."

코로나19로 11살 하늘이의 하루는 더욱 고단해졌습니다.

[하늘(가명)]
"코로나19가 있어서 학교 안 가니까 동생들이랑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힘들어요."

정부는 인천 라면 형제 화재 사건을 계기로 돌봄시설 이용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돌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 아동을 위한 맞춤형 통합 서비스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광고 ##평범한 가정도 코로나19 이후 돌봄 공백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6학년 소은이는 비대면 수업을 하는 날이면 점심은 혼자 차려 먹습니다.

반찬을 꺼내서 데워먹는 정도인데요.

[박소은/초등학교 6학년]
"혼자 지내면서 국 끓일 때처럼 불 쓰는 것도 그때부터 연습했는데, 처음 할 때 되게 무서웠어요. 실수로 쏟거나 데일까 봐 무섭기도 했고 혼자 있으니까 누가 들어오진 않을까 그런 걱정도 있었고…"

누나는 등교수업을 하고 11살 남동생 승문이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

[박승문/초등학교 4학년]

"그러게요 나도 그거 알려고 지금 보고 있는데 어떻게 알아."
"아 귀찮아. 좀만 쉬다가 하자."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은 있는 법."
"라면 되게 맛있게 생겼다. 엄마한테 라면 먹고 싶다고 해볼까…"

엄마는 차로 30여 분 걸리는 직장에서 일하다가도 점심을 차려주러 와야 합니다.

[임상희/소은·승문 엄마]
"저 같은 경우에는 시간을 뺄 수 있어서 하긴 하는데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되는 그런 게 생겨서 일에도 조금 지장이 있고 좀 힘든 거 같아요."

회사에 있어도 온 신경은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로 가 있습니다.

[임상희/소은·승문 엄마]
"혹시라도 가스불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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