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태양광 발전하려다…폭우에 산사태

  • 6년 전

◀ 앵커 ▶

태양광 발전 장비를 설치하던 공사 현장 여러 곳이 최근 폭우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수만 제곱미터 넓이의 숲을 없앤 다음에 민둥산에서 공사를 하다가 산사태가 난 건데요.

인근의 논과 밭까지 쑥대밭이 됐다고 합니다.

김수산 리포터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충북 제천시의 한 야산.

민둥산 꼭대기에 태양광 설비가 위태롭게 설치돼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패널은 휘어지거나 꺾였고 패널을 받히던 다리도 성치 않습니다.

주변은 곳곳이 움푹 팼고 일부 설치된 배수관도 꽉 막혔습니다.

[최동용/피해 땅 주인]
"마사(모래) 땅이니까 조금만 비가 와도 관이 다 막혀버리니까 물이 못 빠지니까 쉽게 말해서 역류 다하는 거예요."

2만 9천여 제곱미터에 서 있던 나무를 베어내고 2.5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가 지난달 내린 폭우에 땅이 무너진 겁니다.

[태양광 공사 관계자]
"사면이 쓸리면서 주저앉았죠. 설치한 것은 용량도 좀 (부족한 게) 있고. 원래 계획은 아니었죠."

야산 바로 아래 밭은 쓸려온 토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이만큼 묻힌 거예요, 땅이 지금 이만큼. 1m 20cm 정도는 묻혔다고 봐야죠."

[최동용/피해 땅 주인]
"저희가 농사를 한 60년-70년 지었거든요. 저희 아버님 때부터 저희가. 근데 나무가 있을 때는 저런 피해가 없었어요, 여태까지."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은 호박밭이었는데요.

폭우에 태양광이 설치된 산 쪽에서 토사가 쓸려 내려오면서 밭을 덮어버려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신무종/피해 농민]
"아예 농사 자체 하나 한 게 없습니다, 올해는. 흙물이 작물을 다 덮으면은 앞으로도 3년 정도도 농사 정상적으로 안 됩니다. 저는 앞으로 살길이 막막합니다."

충북 청주의 또 다른 태양광 공사 현장.

흙탕물이 밭고랑과 도로를 지나 다른 논밭으로 계속 흘러들어 갑니다.

여기서도 2만 7천여 제곱미터의 야산을 깎은 다음 공사를 하다, 폭우에 이렇게 됐습니다.

[신언중/충북 청주 성재2리 이장]
"지금 동네 사람들 전부 우울증이 오고 한탄스러운 거예요. 뭘 어떻게 얘기를 하고 뭘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몰라요 지금. (논) 8천여 평이 전부 침수가 됐어요, 이번에. 황토물로 침수가 돼서 해서 앞으로 벼 수확과 짚을 쓰기가 굉장히 곤란합니다."

인근 농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습니다.

[장기순/피해 주민]
"그 흙이 우리 집으로 싹 내려와서 우리 집에 흙이 이렇고 (쌓이고). 보일러실에 물이 잔뜩 해서 퍼냈죠. 신발 놓는 데 물이 차서 퍼냈죠. 하루 종일 했어요."

인근의 또 다른 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은 현행 규정상 주민 동의를 받지 않아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충북도청 관계자]
"이거 주민 동의서를 받을 필요가 없어요, 저희는."

하지만 매년 이런 피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걱정에, 주민들은 안전 설비를 제대로 갖추거나 사업 추진 초기부터 주민 목소리를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지환/충북 청주 성재1리 이장]
"태양광 설치는 지역 주민들한테 설명회라든가 이런 게 하나도 없어요. 안전 관리라든가 이런 것을 하는 게 있었어야 되는데 복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가 또 오게 되면 연중행사가 될 우려가 깊은 거죠."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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